
[로이슈 진가영 기자]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상대방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거나 경제적 지원을 한 뒤, 약속과 달리 관계가 끝나면서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처음부터 결혼을 약속하며 금전을 편취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이른바 ‘혼인빙자사기’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결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형법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만 결혼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속여 금전이나 재산을 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속이는 기망행위가 있었고, 피해자가 이에 속아 재산을 처분했으며, 그 결과 가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점 등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 역시 사기죄의 고의 여부는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범행 전후의 재력과 경제적 상황, 거래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결혼을 전제로 금전을 빌리거나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돈을 받을 당시 상대방에게 실제로 결혼할 의사가 있었는지, 약속을 이용해 금전을 편취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결혼을 약속하며 상대방을 믿게 하고 금전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다. 반면 당시에는 실제로 결혼할 의사가 있었지만 이후 관계가 악화되거나 경제적 사정이 변하면서 결혼 약속이나 금전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라면 사기죄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결혼 약속이 있었고 이후 관계가 파탄 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당시 두 사람의 관계와 결혼 의사, 금전을 주고받게 된 경위, 차용 당시의 변제 의사와 능력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결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거나 교제 과정에서 금전이 오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금전을 지급받을 당시 실제 혼인 의사와 변제 의사가 있었는지, 어떤 설명으로 금전을 교부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거래 과정과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김동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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